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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부탐험 2 이와테 스노우 투어 ① Ski & Snowboard!


ⓒ트래비

생면부지의 다섯 남녀가 뭉쳤다. 이름 하여 ‘이와테 스노(Snow) 5인방.’ ‘일본 북부 모니터 투어’ 이벤트에 당첨돼 일본 이와테현으로 날아간 남자 셋, 여자 둘. 별다른 공통점 없는 이들에게 ‘아주 강하게’ 통하는 무언가가 있었으니 바로 스키와 보드! 스키와 보드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마니아인 스노 5인방은 자연설로 뒤덮인 이와테 앗피 스키장에서 ‘생애 최고의 라이딩’을 즐겼다.

어디 스키와 보드뿐인가? 설피, 스노모빌, 설상차, 얼음집 등 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와테에서 체험한 스노 5인방. ‘쌩쌩’ 질주하는 즐거움과 ‘통통’ 튀는 재미로 가득 찬 이와테 스노 체험기. Ready, set, go!







글 김수진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우경선
취재협조 북도호쿠3현·홋카이도 서울사무소 02-771-6191/
www.beautifuljapan.or.kr








1st day

앗피 스키장과 5인방의 설레는 첫 만남


ⓒ트래비

아름다운 설국, 이와테 앗피(APPI) 스키장에 다섯 남녀가 모였다.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모르는’ 낯선 다섯 명의 남녀. 어색하고 서먹한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만 같았는데 의외로 단박에 가까워진다. 다 큰 어른들은 친해지려면 자고로 시간이 걸리는 법이거늘 어찌 이리도 짧은 시간에 똘똘 뭉치게 됐는고 하니 그들에게는 스키와 보드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천연설로 뒤덮인 앗피 스키장에서 스키와 보드를 즐기겠다는 똑같은 꿈을 갖고 있는 그들에게는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찐~한’ 그 무언가가 있었다.

아오모리공항에서 1시간30분 정도를 달려 앗피 스키장에 도착. “피곤할 텐데 잠시 쉬고 나오지 그러세요?”라는 기자의 말에 5인방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는 눈빛을 보낸다. 천연설의 스키장을 눈앞에 두고 어찌 시간을 지체할 수 있겠냐는 반응이다. 하나같이 객실에 짐만 던져 놓고 장비를 챙겨 스키장으로 나선 그들. 새하얀 스키장을 눈앞에 두고 몸이 근질근질한지 쏜살같이 리프트 앞으로 달려간다.

날렵한 동작으로 이미 리프트를 타고 첫 라운딩을 즐긴 용병, 내려오면서 엄지손가락을 있는 힘껏 들어올린다. “설질이 환상이에요! 빨리들 즐깁시다!” 용병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두들 잽싸게 리프트에 올라탄다. “일요일 오후인데 이렇게 좋은 스키장에서 줄도 서지 않고 리프트를 탈 수 있다니 꿈만 같아요.” “스키장이 규모가 워낙 크니까 일요일인데도 전혀 붐비지 않고 여유롭네요.”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드디어 리프트에서 내려 눈 위에 선 5인방, 스키어와 보더로 변신. 미끄러지듯 코스를 달리기 시작한다. 자연설의 감촉에 감동하며 스키와 보드를 즐기는 사이, 어느새 주위가 어둑어둑해진다. 한창 라운딩을 즐기던 5인방은 일찍 떨어지는 해를 야속해하며 아쉬워했지만 야간스키를 즐길 수 있다는 말에 이내 환한 표정을 짓는다.

산 위로 새하얗게 내려앉은 스키장 위로 조명불이 하나둘 빛을 밝히자 대낮의 모습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은은한 조명빛과 달빛이 어우러져 자연스런 멋이 넘쳐나는 설원에서 5인방은 하얀 눈빛 속을 달려간다.

2nd day

“What a wonderful day!”

ⓒ트래비

5인방이 기다리던 아침이 밝았다. 새파란 하늘, 새하얀 슬로프, 앗피 스키장에서의 새로운 아침. 앗피 스키장의 깨끗한 슬로프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 아직 누구의 발자국도 찍히지 않은 순백의 눈밭을 접했을 때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
서로 먼저 발자국을 남기려고 기를 쓰는 아이들처럼 5인방이 슬로프로 달려간다. 어제 ‘살~짝’ 맛본 앗피 스키장의 눈맛을 제대로 한번 느껴 보겠다는 각오다. 가볍게 몸을 풀고 앗피 스키장에서 가장 인기 코스라는 야마바토 코스 맛보기에 나선다. 산 정상에서 시작되는 코스에 오르기 위해 곤돌라에 탑승한 5인방.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설경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산 곳곳으로 뻗어 있는 슬로프들과 그 주변을 장식하고 있는 하얀색 눈꽃 나무들이 스키어들과 스노보더들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한다. 고요한 슬로프는 눈발을 날리며 달려가는 스키어와 스노보더들로 인해 생기를 찾고 푸른 잎이 떨어지고 줄기만 남은 초라한 겨울나무들은 새하얀 눈꽃으로 인해 아름다움을 되찾는다.

고도 때문인지 산 정상은 기후부터 분위기까지 산 아래와는 전혀 다르다. 곤돌라에서 내린 5인방은 “어제는 살짝 몸만 풀었고 오늘은 본격적으로 달려 봅시다!”라며 파이팅을 외친다. 앗피 스키장 최장 코스인 5.5km 야마바토 코스를 확인하고 출발 준비를 마친 그들은 앞으로 만나게 될 미지의 코스에 대한 기대로 상기된 표정이다.

“자, 출발합니다!” 호준을 시작으로, 현우, 은정, 용병, 련향이 차례로 미끄러지듯 출발하더니 이내 자취를 감춘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듯한 슬로프 위를 달려가는 5인방은 부드러운 파우더 스노 질감에 한번 취하고 기막히게 아름다운 전경에 또 한번 취한다.

눈앞에서는 모두들 장난꾸러기 아이가 되어 버리는지 몇몇의 개구진 행동이 시작된다. 버젓한 슬로프를 놔두고 비압설 지대로 돌진, 다듬어지지 않은 눈 속에서 보드를 즐긴다. 슬로프 나무들 사이로 쌓여 있는 눈밭으로 보드를 타고 들어가더니 눈 속으로 푹 주저앉기도 한다. 한번 빠지면 허리까지 푹 빠져 버리는데도 그저 재미있기만 한가 보다.

스키와 보드를 타다가 눈 속에서 잠깐씩 장난에 빠지는 그들의 모습은 영락없이 어린 개구쟁이들이다. 기막힌 설질과 풍경을 선사하는 5.5km의 야마바토 코스를 끝내고 내려온 5인방은 벌써부터 “이렇게 눈을 높여 놨으니 이제 한국 돌아가면 어떻게 하죠?”라며 귀여운 엄살이다.

스키장에서 길을 잃어도 행복한 5인방

매점에서 간단한 핫도그로 요기를 한 5인방은 탄력이 붙은 김에 난이도가 높은 반대쪽 코스도 가봐야 한다며 의지에 찬 모습이다. 스키 왕초보인 기자와 사진기자를 버려 두고(?) 새로운 코스 탐험에 나선 5인방은 기자에게 무전기 하나를 남기고 그렇게 홀연히 떠나 버린다.

한참을 걸어 곤돌라에 탄 그들은 무전기를 통해 “여기 풍경 너무 아름다워요”라며 감동을 전해 오기 시작한다. 하나같이 입을 모아 “여긴 사람도 더 없고 설경도 더 아름답네요”라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한다.

그러더니 무전기에서 ‘지지직~~’ 잡음만 나오고 연락이 뚝 끊겨 버린다. 그렇게 연락 두절 상태로 두 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 그들이 돌아오지 않자 서서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초조하게 시간이 흘러가는 가운데 드디어 5인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패잔병처럼 지친 모습이었지만 얼굴만은 승전한 장군보다 더 행복한 표정이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의자에 주저앉은 그들은 헤어져 있던 두 시간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그들의 첫마디는 “사진기자님이 꼭 같이 갔어야 했는데…. 정말 풍경이 예술이었거든요.”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와 몸으로 체험해 보지 않았다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슬로프에 빠져 시간의 흐름조차 느끼질 못했던 5인방. 근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디가 어딘지 길을 알 수가 없더란다. 그도 그럴 것이 산 전체에 걸쳐 21개 코스로 이뤄진 대규모 스키장이니 길을 잃을 법도 하다.

아침부터 내리 장거리 코스들을 날고 구르고 했으니 다리는 힘이 쭉쭉 풀린 상태에서 간신히 곤돌라를 타고 내려갔는데 도착해 보니 다른 쪽 베이스였다. ‘이 베이스가 아닌가벼?’라며 실망한 5인방, 몸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지만 서로를 다독거리며 다시 산 정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을 기자들을 생각해 5.5km 야마바토 코스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단숨에 내달려왔다는 것이다.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니에요”라고 말할 정도로 지친 상태에서도 그들의 입에서는 “너무 황홀한 경험이었어요”, “떠나기가 아쉬워요”, “생애 최고의 보딩이었어요”, “그저 행복할 따름이에요”라는 감동에 젖은 문구들만 마구 쏟아져 나올 뿐이다.

5인방이 말하는 앗피 스키장



이호준
“앗피 스키장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바로 설질과 인원이었다. 겨울 평균기온이 2도에서 영하 4도로 거의 일정해서 눈이 내려도 우리나라처럼 바로 얼어버리는 게 아니라 처음 내린 눈처럼 뽀송뽀송한 상태가 오래 간다고 한다. 또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여유롭게 보딩을 즐길 수 있다. 한국의 바글바글한 슬로프에서만 보드를 타다가 앗피 스키장의 여유로운 슬로프를 접하니 해방감이 절로 느껴진다. 특히 엽서에 나올 듯한 아름다운 경치와 더불어 다양한 슬로프 종류, 길이, 넓이는 감동 그 자체였다.”

김련향
“앗피 스키장 전경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도대체 슬로프가 몇 개야? 저 슬로프는 도대체 몇 킬로미터나 되는 거야? 얼마나 올라가야 산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 거야? 큰 규모만큼이나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한국과 달리 앗피 스키장에서는 아무리 속도가 나도 무섭지가 않았다. 인공설이 아닌 자연설이라 넘어져도 아프지가 않기 때문이다. 비압설 지역에 들어가 달리다 눈 속에 푹 박혀 버려도 전혀 아프지가 않다. 우리 일행 외 아무도 없는 슬로프를 누비고 다니면서 ‘황제 보딩이란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기후 차이 때문인지 산 중간부터 운행되는 리프트에는 덮개까지 설치돼 있었는데 작지만 세심한 배려가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현우
“풍성한 자연설을 보유한 앗피 스키장은 리프트를 이용할 때 기다릴 필요가 없고 특히 한국과 달리 펜스와 패트롤카가 거의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펜스가 없기 때문에 더욱 자연친화적인 느낌으로 보딩을 즐길 수 있어 좋다. 특히 비압설 지대에서도 보딩을 즐길 수 있는데 눈 속으로 몇 번씩 빠지면서도 마냥 즐겁기만 했다. 한국에서는 부상 때문에 겁나던 트릭이나 보딩도 거침없이 시도해 봤는데 푹신한 눈 때문인지 크게 넘어져도 다치질 않았다. 그래서 가지고 갔던 헬멧도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

박용병
“뽀송뽀송한 아기 피부처럼 부드러운 앗피 스키장 슬로프의 첫 감촉은 온몸을 전율케 했다. 눈으로 치장한 고목들이 근위병처럼 양옆으로 늘어서 있는 5.5km의 야마바토 코스에서는 낭만적인 라이딩을 즐길 수 있고 중·상급 코스가 섞여 있는 1~3코스에서는 스피드와 다이나믹,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부드럽고 포근한 설질 덕분에 내가 원하는 대로 카빙을 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슬로프에서 한가롭고 평화롭게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앗피 스키장 분위기가 그저 부러울 뿐이다.”


김은정
“우리가 도착하기 전 1m 이상 폭설이 내려 슬로프 상태가 좋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앗피 스키장 슬로프는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폭신폭신한 느낌이었다. 자연설의 폭신한 설질 때문에 에징(edging, 스키 에지를 설면에 세워 스키의 모서리로 타는 것)이 잘 되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스키를 배울 있다. ‘나도 이런 곳에서 스키를 배울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앗피 스키장의 압도적인 풍경과 스키를 통해 전해오던 자연설의 느낌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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